지난 10월, 오랜만에 미디어에 등장한 셰프들이 요리 실력을 겨루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 요리사'가 대중의 큰 관심을 받으며, 셰프와 엔터테이너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매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또한, 한국의 저명한 여성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바쁜 일상에 독서의 여유를 잊고 있던 사람들까지 서점으로 이끌었습니다. 여기에 블랙핑크 로제의 신곡 아파트는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 형태인 ‘아파트’를 한국어 그대로 노래 가사에 담아내며, 해외 팬들이 한국어 발음 그대로 '아파트 아파트'를 외치게 하며 한국 문화를 세계에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마치 2012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강남스타일 열풍처럼 말입니다.
이런 기분 좋은 소식이 연달이 겹치게 된 것은 과연 우연일까요? 앞으로 대한민국 콘텐츠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갈까요? 오늘 포스팅에서는 최근 콘텐츠 트렌드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과 그 비결에 대해서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때, 셰프테이너들이 예능분야를 종횡무진하던 시절, 아무데서나 흔하게 볼 수 있던 요리 대결 예능과 셰프라는 소재가 너무 많이 소비되었단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방송업계에서도 셰프를 대체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찾았던 탓에, 잠시 잊혀졌던 셰프들의 요리에 대한 진심과 흥미진진한 경연이 결합된 최근의 흑백요리사에서 대중들은 셰프들의 모습이 새삼 반갑기도 했습니다.
흑백 요리사와 같은 콘텐츠들이 대중적 인기를 얻은 이유는 단순히 유행이나 애국심에 기대어 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콘텐츠 자체의 높은 완성도와 더불어 대중이 느끼는 신선함, 긍정적 반응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흑백 요리사의 성공으로 셰프테이너에 대한 관심이 부활하면서 JTBC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를 다시 제작하기로 결정했으며, 주요 셰프들이 출연진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치화된 데이터에 의존하는 분석이 아닌, 대중이 무의식적으로 기울이는 시선과 관심의 흐름을 통해서도 성공적인 콘텐츠와 IP의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1994년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일본 문학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전환점이 되었으며, 경제 대국이었음에도 문화적으로는 모호했던 일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무라카미 하루키를 포함한 일본 문학 작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번역, 출간되었고,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며 세계 시장에서 기록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역시 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이야기를 담아내며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였던 한강은 순수문학의 영역에서 대중문학 수준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출판과 인쇄업계는 한강 작품의 수요 증가로 활기를 찾았으며, 오리지널 콘텐츠가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가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 ROSÉ & Bruno Mars - APT. (Official Music Video)
흑백 요리사와 로제의 아파트 같은 콘텐츠들은 각각 넷플릭스와 해당 아티스트가 소유한 IP로서, 지식재산권* 보호하에 다양한 형태의 파생 콘텐츠를 낳게 될 것입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로부터 파생되는 창작물들은 콘텐츠의 영향력과 파급 범위를 확장시키며, 대중의 다양한 주관적 해석이 더해져 그 가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가령, 윤수일의 아파트가 최근 ‘구축 아파트’라는 애칭을 얻으며 관심을 받는 것도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과거에는 제목이 매우 파격적이었던 이 노래는 실제 윤수일의 친구가 여자친구의 아파트를 찾았지만 그녀의 가족이 이민을 가며 그곳이 비어있었다는 슬픈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의 대중문화와 함께 재조명되며, 단순한 음원 이상의 스토리와 상징성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윤수일의 아파트가 파생 콘텐츠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하나의 콘텐츠가 성공하여 관련된 콘텐츠가 새롭게 소비되었다는 점에서는 파생효과를 톡톡히 누린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죠. 이처럼 콘텐츠의 성공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파생 콘텐츠를 마구 만들어 단순히 보이는 것 이상의 효과를 불러옵니다.
앞으로 얼마간 대중들이 아파트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나게 될까요? 콘크리트 건물 보다 로제 또는 윤수일의 아파트 노래를 먼저 생각하게 만들었다면 이는 콘텐츠라는 강력한 무기의 영향일 것 입니다. 결과적으로, 최근 로제의 (신축) 아파트와 윤수일의 (구축) 아파트가 동시에 재조명 되는 등 이름만 같은 두개의 서로 다른 곡을 통해 단순한 음원 이상의 스토리와 상징성을 표현해낸 것 입니다.
하나의 콘텐츠가 성공해 시대의 경계를 허물며, 대중들이 직접 관련된 콘텐츠들을 찾아 새로운 관점으로 소비했다는 부분은 마치 서로 다른 2개의 콘텐츠가 파생효과를 누린 케이스로 볼 수 있는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콘텐츠의 생산 측면으로는 로제의 아파트가 윤수일의 아파트로부터 직접적으로 파생된 콘텐츠이지 않다는 점에서 로제의 APT. 음원이 처음 나왔을때 왜 대중들은 윤수일의 아파트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는지에 대한 답은 콘텐츠의 파생 효과보다 서로 다른 세대간 대중들의 갖고있는 상징성을 조금 더 분석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 특허청은 ‘지적재산권’이라는 용어 대신 ‘지식재산권’으로 정식 변경했으며, 이는 인간의 창조적 활동이나 경험으로 창출된 정보, 기술, 표현, 기타 무형의 지적 창작물에 부여되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아직 지적재산권 등의 단어로 혼용되어 사용하지만 공식적인 용어는 지식재산권입니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에는, 한국 문화의 가치를 표현하는 다양한 창의적 시도들이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예상 밖의 세계적 성공을 거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최근까지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유지해왔지만, 현재는 한국 대중들이 주목하는 콘텐츠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대중들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문화적 혁신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의 한국어 장벽을 허물며 K-컬처의 확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노력이 처음부터 글로벌화를 위해서 노력한 것이 아닌, 우리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우리가 소비할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 의한 한국을 위한 한국의 콘텐츠는 독립적으로 발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독창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말이죠.
물론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정서적 연결을 통해 소비자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옥스퍼드대 더글라스 홀트 교수의 말처럼, 브랜드는 의미를 창출하고 소비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되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쉽게 해외의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해외 콘텐츠 소비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신선한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그리고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문화가 점차 개인의 정서와 깊이 연결되어 글로벌 팬덤을 형성되는 것이겠지요.
지금 한국 문화의 글로벌 인기는 단순한 트렌드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서울시는 독서 열풍을 반영한 문화 이벤트를 개최하며 대중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으며, 서점들은 작가 초청 강연과 같은 강력한 독서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까지 한국 기업 경쟁력이 정체되었다는 인식도 있지만, 콘텐츠를 통해 드러난 문화적 역량은 이를 극복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 언급된 다양한 콘텐츠들이 매주 화제성을 바꾸어가며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한국 문화의 경쟁력은 단순히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서 활활 타오르는 영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문화 강국으로서의 위치를 점차 확고히 하여, 전 세계에서 K-컬처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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